나리분지로 내려가는 길은 사실.. 조금 피로한 여정이다.
상당히 가파른 길이었던 탓에 현재 성인봉 ~ 나리분지 구간은 대부분이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1000미터 가까운 산에서부터 내려가는 계단이다보니.. 엄청.. 길다..
여담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등산 경험이 없는 등반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계단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럽지 않기도 하거니와 오히려 오래 걷다보면 더 피로하고 관절에 좋지도 않은
이런 탐방용 계단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뭐.. 여하튼.. 내려가는 중간중간의 풍경은 좋고..
사진으로 깜박 담지 않았지만 성인봉에서 내려오는 가파른 계단이 한번 끝나는 구간에는
굉장히 시원한 샘물터가 있으니 놓치지 말것 !
가다가 만난 신기한 괴목.
내부가 썪어들어가면서 껍데기만 남은 듯 하다.
중간에 전망대에서 살짝 한방 ㅎ
밑으로 쭉 나리분지가 보인다.
나리분지는 성인봉의 분화의 영향으로 형성된 칼데라에서 시작되어 형성된 분지 지대로
울릉도에 귀한 평지 지형이다.
이런 류의 분화구는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등등이 있지만
이 곳은 드물게 사람이 살면서 농사까지 짓는 분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탓에 내려가보면 상당히 넓은 옥수수 등의 밭이 펼쳐져 있다.
이를테면 울릉도의 곡창 지대인 모양이다.
괜히 셀카도 찍어본다.
거의 다 내려와 산 길을 걷던 중 발 밑을 지나가는 반가운 녀석이 보인다.
얼마만에 보는 사슴벌레인지 ㅎㅎ
색도 그냥 까맣지 않고 예쁘다.
혹여나 손 탈까 걱정되어 나뭇가지에 올려 좀 구경하다 다시 길 밖에 놓아주었다.
또 다시 약수터.
신령수라고 적혀있다. 그냥 가기 아쉬우니 한모금 마셔본다.
조금 더 걸으면 투막집이 나타난다.
너와집과 함께 울릉도 전통 가옥 양식인 투막집은 옛날엔 울릉도에 다수 존재했지만 현재는 울릉도 전체에도 4동 정도밖에 남지 않은 문화재라고 한다.
내부는 어두워서 사진 건진게 없지만.. 밖에 보이는 외벽 안에 조금 공간이 있고 그 안에 본채의 벽이 존재한다.
이런 형태를 우데기라고 하여 겨울에 상당한 눈이 오는 울릉도에서 집 밖에 높게 눈이 쌓여도 최소한 방문 밖으로는 나가서 어느정도의 동선을 확보할 수 있게끔 해 주는 것이다.
10년도 전에 배운 기억이 가물가물..
투막집 앞에서 주변을 좀 찍어보았다.
보기드문 예쁜 양털 구름들이 깔려있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조금 더 걸으면 버스 정류장까지 갈 수 있다.
나리분지 종점으로 가면 요런 느낌의 식당가가 있다.
산마을식당이니 뭐니 인터넷에 몇 군데 나리분지 맛집이라며 나오는데..
막상 와보면 완전히 붙어있고.. 딱히 경쟁적으로 손님을 데려가려는 눈치도 없다.
그 집이 그 집인 느낌이다.
일단 산채비빔밥을 시켜 본다.
반찬이 장난 없다. 만원쯤 되는 비빔밥에 나물도 듬뿍이고 내륙에서는 고급 반찬인 명이나물도 짜서 다 못먹을 만큼 듬뿍듬뿍 나온다. 포스팅하면서도 다시 배가 고플 지경..
밥이며 반찬도 맛나고 칼칼하여 씨껍데기 술이라는게 있길래 시켜봤다.
말 단위로 파는데 반 말만 달라고 했는데 이만큼 나온다.
어쩌지...
두세잔 퍼먹다가 다 먹으면 굴러내려가야 할 것 같아 병에 담아두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어차피 버스는 40분도 넘게 남았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추천은 버스 대신 좀 다른 길로 걸어내려오는 코스여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다시 출발.
널찍한 밭들을 끼며 돌아나가 계속해서 나아가면 야영장을 지나
추산리 쪽으로 내려가는 트래킹 코스를 걸을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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