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했던 첫 날과 달리 화창해진 둘째날
사람 없는 대중 노천탕에서 느긋하게 몸을 지지고 늦은 조식을 먹은 뒤 우라이 옛길 쪽으로 가 보기로 한다.
숙소와 우라이 옛길은 약간 거리가 있다. 시내버스를 타도 되지만 그리 먼 거리도 아니므로 차도를 따라 얼마간 걸어갔다.
언덕을 올라가면 우라이 관광 대교라고 이름 붙은 다리가 하나 나온다.
굉장히 직설적인 다리 이름인데.. 관광 고객들의 교통 접근 목적으로 아예 따로 지어진 다리인듯 하다. 다리 위에서 멀리 우라이 옛길 초입이 나온다.
계속 걸어내려가다보니 사람이 건널 수 있어보이는 현수교가 보인다.
지금 건널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리 건너에는 뭔가 화려한 사찰 하나가 보인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우라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849번 버스를 이용해 오는 경우 여기로 오게 된다.
우라이 경찰서를 보며 오른편의 좁은 다리를 건너면 우라이 라오제, 우라이 옛 거리로 들어가게 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영업해 온 듯한 수많은 온천여관, 목욕탕들이 구석구석 들어차있는 좁은 길에 차와 사람이 가득해서 춘절 연휴로 유동인구가 반토막난 상황임에도 꽤나 번잡스럽다.
옛길을 빠져나온 곳에는 벌써 조금씩 꽃이 피고 있었다.
우라이 라오제를 벗어나면 바로 렌싱이라는 이름의 옥빛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우라이 폭포로 향하는 꼬마기차를 탈 수 있다.
아니 ... 탈 수 있었다.
원래 정상 영업이라고 확인 했었는데 그 사이에 춘절 그뭄 휴무로 바뀌어버린 꼬마열차 ..
별 수 있나..
도로 내려와 마을길을 마저 걸어 올라가며 주변 구경이나 한다.
지도로는 별 느낌 안 났는데 폭포 가는 길은 꽤나 오르막으로 되어 있다. 꼬마열차가 운행하지 않으면 그냥 택시 타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대략 30분 쯤 걸은 끝에 우라이 꼬마기차 반대편 종점에 도달했다.
제법 절경이긴 한데 이렇게 애써야 했나 라는 생각은 조금 든다. 연휴기간 케이블카도 휴무라 더이상 컨텐츠도 없다 ..
아쉬운대로 소세지나 하나 사 먹고 돌아가기로 한다.
멧돼지 소세지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은 과감히 택시를 이용하여 ..
아직도 12시였다.
일단 숙소의 카페에서 시원한 우롱차와 쉐이크를 마시고 다음 작전을 짜 본다.
별로 오래 고민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우라이에선 더 할게 없다.
모르겠고 그냥 택시타고 신뎬역으로 ..
택시비로 돈이 녹아난다. 하지만 어차피 직장인의 여행은 돈으로 시간을 사는거다.
곧장 중정기념관으로 향했다.
신뎬역에서 초록색 라인으로 환승없이 바로 접근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웅장한 중정기념관과 그 내부 광장
전시관도 문을 닫아 그냥 그 모습만 감상했다.
한켠에는 연못이 포함된 정원도 꾸며져 있어 한적히 거닐기에도 좋았다.
급히 온거 치고 제법 적당한 관광을 했다 여기며 미리 보아 둔 우육면 집으로 가 보았지만 ..
몽땅 닫혀있었다..
여행 정보로 몇몇 휴업 업장은 보았지만 구글맵에 영업중이라 적힌 곳도 문이 닫힌 곳이 많았다.
돌다보니 Zhongxiao Xinsheng 이라는 역까지 흘러갔는데 워낙은 금융 상업지구 같은 곳인지 휴일인 오늘은 그저 휑했다.
결국 대략 2km 남짓 거리를 헤멘 끝에 지하철을 타고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복귀
돌고 돌아 마침내 영업중인 ..
타이베이역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의 춘수당
버블티 맛집 정도로 알았는데 꽤나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었다. 그나마도 6시까지 단축영업 중이었는데 5시에 도착하여 세이프 ..
명불허전 밀크티에 드디어 영접한 우육면
진짜 맛집이란 곳들을 못가보긴 했지만 허기를 반찬으로 한 춘수당 우육면의 맛도 레전드
덤으로 시켜 본 새우 쇼마이도 좋았다.
저녁 먹은 후엔 그대로 신뎬역 -> 택시로 숙소로 복귀..
그나마 저녁먹고 좀 정신이 남아 구입한 몇 가지 군것질 거리로 야식을 때워준다.
석가라는 과일을 많이 들어 하나 사 봤는데 굉장히 달고 맛있었고 통일 푸딩도 편의점 구매 리스트라길래 한번 구입.
이틀차 마무리 술상 ㅋㅋ
Bar 라는 이름의 기린 맥주를 팔기에 사 봤는데 그냥 그렇다. 타이완 맥주가 차라리 좋은듯
이틀차 대만 여행기 끗
... 인줄 알았지만
석가와 누가크래커를 안주로 맥주까지 신나게 먹은 탓에 배가 불러와 잠시 밤 산책을 해 보기로 했다.
우라이 주변 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고 어두운 편이라 걷기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낮에도 갔던 우라이 관광대교에서 멀리 우라이 초입을 바라봐 주고 ..
다리 건너편은 한참 오르막으로 되어있어 그만 돌아다려는데 빨간 풍등과 노란 간판이 왠지 발길을 잡는다.
복덕궁 .. 뭔가 사찰이지 싶다.
슬쩍 보니 인적도 없는듯하여 한번 내려가본다.
밤에보니 무시무시한 머리 여러개 달린 용이 맞이한다.
닫혀있는 문에는 모시고 있는 듯한 신의 모습들이 그려진듯 한데, 가장 가운데는 아무래도 장비와 관우를 닮았다.
중국 문화권에서 관우나 장비를 신격화하여 모시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것도 같다.
난간 너머 강을 바라보니 오전에 봤던 폐쇄된 다리 건너편의 사찰이 이곳인 모양이다.
멀리서 본 우라이 라오제의 야경이 제법 화려하다.
잠시 길을 걷는 사이 우라이 라오제 쪽과 숙소쪽 양 쪽에서 경쟁하듯 춘절을 기념하는 폭죽 소리가 마치 전쟁이라도 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법으로 많이 금지되었다는 것 같지만 여전히 옛 풍습대로 폭죽들을 많이 터뜨리고 있어 밤 깊은 시간까지도 시끌시끌 했다.
잠깐의 밤 산책을 마치고 이제 진짜로 일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