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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여행기 (4) - 오설록 녹차밭 그리고 알뜨르

circle84 2012. 11. 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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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목표로 한 1100고지 정복을 마치고
그대로 내리막을 따라 중문 관광단지에 도착.

관광객을 맞이하는 돌 하루방..

멀리 왼편이 면세점등 쇼핑/관광단지인듯 싶다.

사실 뭐 여긴.. 나 같은 외톨이 자전거 방랑객보다는
단체관람온 외국인들에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이 주변에 주상절리도 있지만.. 유료인데다 자전거를 끌고 갈 수도 없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휴양지 느낌을 잔뜩 내 주는 야자수. 

 

주상절리 쪽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나오는 아프리카 박물관.
아이들이랑 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당초 계획은 이 길을 따라 서귀포도 한번 보고 가는 것이었지만..

아침에 출발시간도 늦어졌고.. 1100고지 공략에도 1시간 가량을 더 썼기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라도 일단 회차.

예전 모 축구동호회 사이트에서의 인연으로 알게 된
최창우 형님과 만나기로 하여 약속장소로 잡은 오설록 티하우스로 향했다.

 

가는 중간에 보이는 요트 항구.
가끔 먼나라 이웃나라에 나오는 지중해 휴양도시 느낌이다.

테마를 그렇게 잡은 탓도 있겠지만
제주도는 우리나라 같은데 가끔가끔 해외에 온 느낌이 들게 만드는 묘한 곳이다.

 

역시 가던 길목에 있던 자동차 박물관.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알 것도 같은 그런 느낌..

이 주변의 길은 태풍의 여파 때문인지 공사로 몹시 지저분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거의 바람 위주로 몰아치며 제주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직후 복구 작업을 하려던 타이밍에
상당한 비를 뿌린 태풍 산바가 지나가면서 땅을 헤집어 놓는 바람에
내가 여행한 9월 20일 무렵에는 제주도 상당 지역의 도로가
신호 불능, 일부 파손등 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도 내가 돌아다닌 길들은 제법 치워진 편이었던듯.

 

오설록 티하우스에 도착.
녹차나 녹차빙수 등을 맛 볼 수 있는 티하우스도 있었지만..
입구에서부터 넘쳐나는 연인의 홍수로
자전거용 타이즈 차림의 라이더는 접근조차 민망했다. ㅜ

아쉬운 김에 녹차밭 촬영.

참 평화롭다.

녹차밭은 아무나 들어가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있다.

 

미니삼각대의 낮은 앵글로 애써 셀카를 찍는 와중에
창우 형님이 도착하심.ㅋㅋ

중문관광단지에서 오설록 티하우스 까지의 여정.

총 거리 19.6km 1시간 30분 가량 소요. 평균속도 13.8 km/h

1100고지를 정복하고 이제 제주도의 언덕은 다 끝났다고 생각한 까닭에
어찌보면 제주도에서 가장 힘든 여정이었다..

제주도의 언덕은 한라산만 있는게 아니었으며..
이전에 언급한대로 섬의 중심으로 다가가면 오르막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다. ㄷㄷ

 

창우님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알뜨르 게스트하우스.

불과 한 달 전에 개장한 신상(?) 게스트 하우스이다.

알음알음 소문이 났는지 칠판의 예약판에는 이미 예약이 가득했지만
내가 갔을 때는 태풍 직후라 일부 예약이 취소되어 있었고..
출발 몇 일 전 올레길에서의 살인사건 발생으로.. 좀 한산했다.

 

 오설록에서 알뜨르 게스트하우스 및 인근 송악산 까지의 경로.

16.4 km / 1 시간 10분 소요 / 평균시속 13.8km

짐만 풀고 창우님과 함께 인근 명소로 하이킹을 떠났다.

이 주변은 올레 10길이었나..
하여간 올레길 중에서도 경치 좋기로 소문난 길 중 하나가 지난다고 한다.

도착한 곳은 게스트하우스 이름이었기도 한 "알뜨르" 비행장.

과거 일제의 공군 비행장이었다고 한다.

저 뒤로 불쑥 솟은 산방산과 그 외 산악 지형이 그 뒷편의 만을 가려줘서
인근에는 해군 기지가 있었고 이 곳은 그 해군기지를 지원하기 위한 비행장이었단다.

어느 조각가가 만들어 둔 비행기 조형물이 놓여져 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공군의 주력기 제로-센을 나타낸 듯 한데..
조형물로서는 멋있지만 광복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들의 흔적을 세워 둔 게 씁쓸하기도 하다.

잊어서는 안 될 과거.

 

창우님이 찍어주신 컷. ㅋㅋ

 

송악산 입구 주변에는 말 목장이 있다.

여기 있는 말들은 제주도 내의 경마장에 쓰일 말들이라고 한다.  

경주마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아까 1100고지 중턱에서 본 말들보다 더 근육질이고 잘 생긴것 같다.

 

여기서도 한 방. 왼편의 불쑥 솟은 산이 산방산.
멀리 완만히 솟은 것이 바로 한라산이다.

파르라니 멀리 보이는데
이 지역 주민들도 한라산을 저 정도로 볼 수 있는 시기는 1년 중 많지 않다고 한다.
아주 맑은 날에는 오히려 먼지가 올라와서 안 보인다고..

태풍이 지나간 직후라 먼지가 싹 날아가서 아주 맑은 전망 상태였다.

내친김에 송악산 둘레의 올레길도 올라봤다.

가까이 보이는 넙죽한 섬이 가파도

왼쪽 구석에 조금 올라온 섬이 바로 유명한 마라도이다.

 

찰칵.

길에서 올레 꿀빵이란 것을 팔길래 사 먹어 봤다.
개당 1000원.

통영에서 사먹은 꿀빵이랑 비슷한데 견과류를 엄청나게 붙여둔 것이 특징.

생각보다 맛있다.
견과류는 쥐나는 걸 방지해주는 영양소가 들어있다고들 해서
몇 개 더 사서 여행하는 동안 심심할 때 까먹곤 했다.

다만 목이 좀 메이니 꼭 물이나 음료수, 우유와 함께 먹을것.

올레 길에서만 판다더니 나중에 면세점에서 산더미처럼 팔고 있었다.

 

 내려오다 경치가 좋아 한 방.

 또 한 방. 작은 항이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산방산과 한라산. 구름이 예뻐서 찍어봤다.

 송악산을 내려와 모슬포항 쪽으로 조금 가 보다가..

무릎에 피로가 느껴져서 돌아가기로 하고 멀리 보이는 등대를 배경으로 한 장..

 길이 한적해서 조금 객기를 부려 그림자샷.

다시 알뜨르 비행장에 돌아오니 해가 기울고 있었다.

석양샷.

알뜨르 비행장 주변에는 위 사진처럼 동굴같은 묘한 구조물들이 있다.

 

이 곳이 비행장이던 시절 격납고로 사용하던 벙커라고 한다.

잘 보면 아까 본 전투기 모양으로 파여있다.
저기에 쏙 들어가서 미군의 공습을 피하고
공습이 사라지면 기어나와 출격하곤 했단다.

 오늘 여정은 이쯤으로 마치고 숙소로 복귀

 

잠시 게스트하우스 얘기. ㅋ

어제 묵은 유앤아이 게스트 하우스에 비해
확실히 근교느낌이 물씬나는 숙소이다.

창우님의 형님이 사장님이신데
서울에서 일하시다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차리신 게스트하우스라고 한다.

 

들어오면 보이는 거실.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

아직 숙소는 4인 도미토리와 6인 도미토리 뿐. 더 지으실 예정이라고는 한다.
지은지 얼마 안되다보니 깔끔하다.

 

거실 옆의 부엌

기본적으로는 숙박객이 알아서 밥을 해먹게끔 되어있지만..

아직 초반이기도 하고 손님도 많지 않아서 사장님께서 직접 저녁과 조식을 차려주셨다.
강인하신 인상에 비해 음식 솜씨가 굉장히 좋으시다. ㅋㅋ

 

이곳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무인카페.
원두커피와 냉장고의 음료수를 마음껏 꺼내마시고
지불도 비치된 저금통에 자율로 하게 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동네 아주머님들이 주로 쉬다 가신다고 ㅋㅋ

 

 6인 도미토리.

딴거 없이 3 개의 2층 침대만이 있다.

특색이라하면 일부러 천장을 높게 지어두어서
2층 침대 꼭대기에서도 천장에 머리받을 걱정없이 쉴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날은 사람이 없어 6인실을 나 혼자 썼다 ㅋㅋ

 

사실 등 뒤의 화장실도 정말 잘 되어있는데 미처 찍지 못했다.

 

밤에는 사장님이 끓여주신 오뎅탕과
창우 형님께서 운영하는 닭집에서 직접 튀겨온 닭으로 술판!

이 날 처음 먹게된 한라산 소주는 센세이션이었다.
21도의 투명한 병과 19.5도의 초록병 두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21도 짜리 한라산이 더 맛이 좋았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에서 살짝 나는 인공향 없이
안동소주처럼 깔끔한 향이 참 좋았다.

이 날 밤에만 거의 2병은 마신 듯 싶다. @_@ ..

9월 20일의 여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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