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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여행기 (3) - 1100고지 정복기.

circle84 2012. 11. 2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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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을 동시에 지배할 수 있는곳"
만화 "스피드도둑" 의 주인공
노노무라 테루의 오르막 길에 대한 대사..

한창 자전거 타기 시작할 때 본 만화의 영향인지..
기질이 그런지 언덕은 왠지 오를때 힘들지만 오를 때마다 즐거운 뭔가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주도 여행,
특히 언제 다시 할 지 모르는 제주도 자전거여행에서
꼭 가고 싶었던 곳은 제주도에서 자전거타고 제대로 오를 수 있는 국도 중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1100고지.

제주도는 그 지형적 특성상..
백록담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가면 거의 90%가 업힐이라..
1100고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나름의 준비가 필요했다.

한번에 연속으로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를 오간다던지.. 뭐 그런..

다행히 이번 여행때는 두 차례의 태풍이 지나간 직후 정말 눈부시게 맑은 날씨를 보여줘서
일단 순조롭게 1100고지 정복에 나설 수 있었다.

 

제주시에서 1100 고지를 향하는 길에는 신비의 도로 (도깨비길) 가 있다.

바로 이 곳. 사진으로 보기에도 오르막이지만 사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

여기서 차들이 모두 기어를 중립에 놓고 오르막을 굴러 올라가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나도 가담하여..

자전거 브레이크를 놓고 가만히 중심을 잡으니 자전거가 언덕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ㅋㅋ

어릴적 TV에서 제주도 도깨비길의 비밀이라며 이것저것 파헤친 덕에 원리는 알고 있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눈으로는 신기한 건 어쩔 수 없다.

신비의 도로 구경을 마치고. 300m 표지석 촬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힐 시작.

400m 지점.

여행 중 사용한 Sports Tracker 어플을 안 켜놔서.. 여기서부터 기록을 시작했다.

표지석들은 종종 이렇게 풀숲에 박혀서.. 가끔 지나치기도 일쑤..

 

 

제주도는 돌아다니다보면 이렇게 풀 밭에 말들이 걷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600m 지점 사진은 없는 것으로 보아.. 분명 몹시 힘든 구간이었을 것이다..
700m 표지석을 찍은 후 배낭 속에서 녹아 늘어진 스니커즈 하나를 꺼내 문 기억이 난다.

  

900m 지점.

800m 지점쯤에서는 지난 태풍의 영향으로 길 절반이 날아가서 매우 좁은 구간이 있었다..
사진이고 뭐고.. 1차선을 양방향으로 나눠쓰도록 해 놓은 탓에 갓길 하나 없이 빠듯한 길이 되어
뒤에서 올라오는 차에 민폐가 될까 죽기 살기로 업힐을 한 탓에 사진을 찍으며 잠시 체력 보충

 

한라산 국립공원 표지판.

 

1100고지가 4km 남았다고 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업힐에서 이런 거리 표지판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1000m 지점 >ㅁ<...

잠시 풀밭에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한 컷.

대충 저 정도의 짐을 등에 지고 올랐다.

짐의 총 무게 약 6kg...

 

드디어.. 아스팔트 위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피로가 다 날아가는 순간.

고지가 보이는 기념으로 셀카 *-_-*

 

1100고지 정류장.

태풍때문인지.. 뭔가 기울어져있다.

 

인증샷을 빼먹을 순 없다.

 

가져간 미니 삼각대로 정상샷. (정확히는 기슭이지만...)

 

사람들이 대관령 같은데 올라가서 왜 자전거를 들고 찍는 걸까.
자기 자전거 가볍다고 자랑하는 걸까..
하는 생각들을 했었는데.

일단 올라가 보길. 자전거 아니라 오토바이라도 머리에 이고 싶은 마음이 된다.

 

1100고지 휴게소.

매점과 기념품.. 그리고 휴게소필 식당이 있다.

 

휴게소 앞에서 본 1100고지 전경.

이 위치에서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봉우리 뒤에 가려져 있다고..

1100고지에서 파는 산채비빔밥.

비비기 전에 찍었어야 했는데..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산에서 파는 산채비빔밥의 기본에 충실한 푸짐한 비빔밥. (9000원)

반찬도 뭔가 있었는데 건드릴 새도 없이 한숨에 다 먹어 치웠다.

 

업힐 구간 트래킹 기록. 파란선이 대략의 등고선.

위에 언급했지만.. 중간에 어플이 꺼져서 기록은 400m 지점부터 되어 있다.
평균 7.4km 제주 프로샵부터 따지면 약 2시간 동안 올랐다.

중간중간 계속 사진찍으러 멈춘 덕에 딱히 탈나지 않고 무사히 오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다 먹은 뒤에는.. 내리막.

 

다운힐에서는 사진은 없고.. 그저 트래킹 자료만이 묵묵히 그 무서웠던 기억을 말해주고 있다.

정말.. 중문 관광단지까지 갈 동안.. 평지도 하나없이 올 내리막..

특히 1100도로 벗어날 때까지는 코너링도 심하고 해서
이러다 살아서 서울 못가겠다 싶은 마음에
브레이킹도 열심히 했음에도 순간 최고 속도 62km/h 가 찍혀 있다.

오르는데 2시간 걸렸지만 내려오는데는 30분이 걸리는 불편한 진실..

 

 

중문 관광단지 도착으로 1100고지 정복 퀘스트 완료.

여기 까지가 9월 20일 14시 무렵까지의 여행기.

다음 포스팅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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